‘신시사이저’에 대한 워크샵
이 워크샵에 대한 실천:
대중매체에서 흔히 전자피아노와 비슷한 악기로 묘사되곤 하는 신시사이저Synthesizer의 본질은 말그대로의 합성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계-합성기-에 가깝다. (사실 건반은 신시사이저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도 아니다.) 합성 장치로서의 신시사이저가 어떤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신시사이저의 탄생에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이 자리한다. 19세기 초의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 푸리에는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을 통해 모든 복잡한 주기 신호가 단순한 사인파들의 합으로 분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아이디어는 이후 전자공학의 발전과 함께 음향기기로 물화되어 음악가와 엔지니어에게 새로운 세계를 가져다 주었다. 그들은 이제 현실의 소리를 기계로 모사할 뿐 아니라 이상의 새로운 소리까지 설계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전자음악은 특유의 추상성과 개방성을 무기로 자유로운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날 거의 모든 음악의 구현을 매개하는 지배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Source: musicfromouterspace.com)
신시사이저의 설계는 개방적이고 잠재적으로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다. 가장 전형적인 방식인 감산합성 신시사이저의 구조는 생성(VCO), 변형(VCF), 제어(VCA)라는 3단계의 틀로 단순화할 수 있으며 이 모델은 수를 늘리거나 연결쌍을 바꾸는 등의 시도로 이론상 무한한 변형이 가능하다. (이 구조는 감산합성 방식에 한정된다. 하지만 모든 신시사이저의 구조는 확장성을 공통적으로 가진다.)
신시사이저의 구조를 개념적으로 환원해 다른 영역에 접목한다면 어떨까? 시각예술에 한정하자면, 이 음향 합성 기계를 시각적 기계장치로 바꿔낸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역사적으로 여러 번 시도되었다. 오실로스코프 아트, 백-아베 신디사이저와 같은 아날로그 장치와 더불어, 노드 기반의 이미지 제작방식을 활용하는 터치디자이너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같은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생성형 이미지까지도 원리적으로는 이와 같은 출발점을 가진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오토마티슴에 대한 욕망은 무의식적인 내면 세계의 자동기술법에서 출발해 고도로 기계화된 자동 변조와 알고리즘적 합성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신시사이저는 일련의 미술사적 맥락과도 조응하는 현대적 기계장치인 셈이다.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이러한 합성방식은 창작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조한다.
‘신시사이저’에 대한 워크샵은 이와같은 구조를 개념적으로 돌아보는 데에 목적을 둔다. 궁극적으로는 기계장치를 설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우선 본 워크샵은 여러 실천을 통해 개념을 고찰하는 데에 목적을 두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