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해상 이미지와 노스탤지어
2025년 현재를 기준으로, 인터넷에는 출처모를 저해상 사진들이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 언뜻 보기에 이 사진들은 2000년대 초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당시의 이미지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 이미지들의 생성연도를 쉽사리 확신하지 못한다. 이미 이러한 사진들에 속은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사진들은 분명 당시의 형식(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열화된 색감과 화질)을 가지고 있지만 2020년대의 물건, 브랜드가 등장한다. 대단한 반전은 아니다. 아마 20년대를 휩쓸고 있는 Y2K의 열풍으로 지난 시대의 빈티지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일테다. 문제는 이 사진들이 담고 있는 노스탤지어다. 나는 이 강렬한 노스탤지어에 사로잡힌다. 그것이 진짜 과거에 찍힌 이미지든 가짜로 흉내낸 이미지든 노스탤지어는 작동한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렇다면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2000년대 초에 경험한 유년시절에 대한 진짜 그리움일까? 혹은 열화된, 저해상의, 손실된, 빈티지한, 낡은, 어렴풋한, 빛바랜, 불완전한, 흔들린, 뭉개진, 노이즈가 가득한 이미지라면 어떻게든 자극되는 기계적 화학반응에 의한—마치 매트릭스 세계관의 전기 자극으로 인한 뇌 속임과 같은—가짜 그리움에 불과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