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이미지

잠재이미지는 울리포OuLiPo의 잠재문학1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 잠재문학이 문학에 내재한 잠재성에 주목하기 위한 단어라면, 잠재이미지는 이미지에 내재한 잠재성을 주목하기 위한 단어다. 울리포의 지향점에 따라 이 잠재성은 제약과 규칙을 통해 ‘유별난 것’, ‘예외적인 것’에 도달한(할) 것이어야 한다.

잠재문학 제1선언문에서 말하듯 울리포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필요하다면 정보처리 기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작업하고자 한다.’ 아직도 우리는(르 리오네의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천재성에 대한 신화가 완전히 깨어지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다행히도 ‘정보처리 기계들의 도움’은 더욱 다양하고 고도화되고있다.(심지어 인공지능의 발달은 마법처럼 보이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울리포적 작업은 여전히 흥미로운 가능성을 유지한다. 잠재이미지는 바로 그러한 조합과 순열, 집합과 확률, 알고리즘의 원리에 따른, 그러니까 천재적 재능과 영감의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언제나 불확실한 이미지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