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프로그래마틱
*다음은 카를 게르스트너 저, «디자이닝 프로그램스»중 파울 그레딩거의 머리글에 대한 머리말 1중 일부를 옮긴 것이다.
⋯ '디자이닝 프로그램스'는 배열을 위해 규칙을 창안하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디자이너는 화학 반응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공식을 참조하고 일군의 새로운 조합을 찾고자 애써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식이다. 공식은 형태를 창출한다. 여러가지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개념을 따르는 시의 경우 공식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전통적인 언어 구조는 해체된다. 문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문도 없다. 각각의 단어가 구성요소로 존재한다. 단어들은 결합가가 풀린 채 자유로운 상태로 나열된다. 이 게임의 규칙은 순열이며, 이렇게 발생하는 시를 배열이라고 부른다. 배열은 일종의 시적 프로그램이다.2
⋯ 이보다 더욱 자명하며, 따라서 의식적으로는 잘 떠오르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레시피라는 공식이다. 우선, 레시피는 여러 요소를 열거한다. 예컨대 감자, 우유, 물, 소금, 버터 등. 다음으로는 재료를 손질한다. 껍질 벗기기, 자르기, 끓이기, 받쳐서 물 빼기, 젓기⋯. 그 결과 으깬 감자 요리가 완성된다. 레시피는 곧 프로그램이다. 이는 매우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여러 프로그램을 해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또한 실제로 어려움이 시작되는 것은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다. 그런 점에서 이를 기술, 즉 조리술이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리해야 할 메뉴가 모인 총체가 존재한다. 하나의 프로그램에 또 다른 프로그램이 겹쳐지는 셈인데, 이것이 모인 한 권의 악보가 바로 요리 서적이다.3
파울 그레딩거, ‹프로-프로그래마틱›, 카를 게르스트너 저, 박재용 옮김, «디자이닝 프로그램스» 안그라픽스, 2014, 2–3쪽.
같은 책, 2쪽.
같은 책, 3쪽.